자유바다 사진관/2021년 '휴먼HUMAN'사진전

오래 머물 수 없는 사진_조종완 사진가

전상규 2020. 4. 9. 11:03


'휴먼'

HUMAN 2020


오래 머물 수 없는 사진


그들 사진을 찍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머물며 찍을 수 없는 조건입니다. 내가 택한 건 1년에 1, 2회 방문하여 그들과 소통을 나누는 것이었죠. 어느날 무거운 사진배낭을 꾸리고, 비엣남 서북오지, 중국 운남성 접경지역에 사는 그들 곁에 달려 갔습니다. 

비엣남 수도 하노이로부터 14시간 거리에 있는 오지 마을 소수민족들 입니다. 이들은 평생 사진을 한 번 남기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향후 10년이면 민족적 정체성마저 흐려질 것입니다. 제가 그들의 삶과 노동, 미소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을 한다면 그게 보람이겠지요. 이 사진들은 숱한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찍었던 땀의 결실입니다. 때로는 A형 독감에 걸려 변변한 약없이, 먹지를 못해 설탕물로 버티며 찍은 사진들 입니다. 

이 사진에는 지명을 넣지 않습니다. 제국주의 유럽이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할 때 사진가들은 늘 그 수족이었습니다. 그들의 문화적 첨병이었습니다. 행여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분들의 분탕질을 염려하여 그들에게 어떤 단서조차 주지 않으려는 사진가의 마음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사진은 늘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제 5년을 산간오지 소수민족 마을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향후 5년은 어떤 사진을 남길까. 

미리 실망되고 기대도 됩니다. 

늘 따스하게 맞아주는 그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배낭을 꾸리고 싶습니다.


조종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