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바다 사진관/2020년 평촌마을 사진전

투쟁현장이 사진 전시관,<평촌마을 사진전>

전상규 2020. 9. 26. 10:29

투쟁현장이 곧 사진 전시관.
사진전이 열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그냥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뿐이었다. 투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집회 현장에 철근으로 골격을 세우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꼭 마을 주민분들의 마음과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준비하고 있다는 무언의 결기(?)  같은 거... 현장에 직접 전시관을 몇 번이나 만들어 본 나였지만 이렇게 잘 만든 전시관은 처음이다.


어떻게 사진전을 구성할지 의논이 끝나고 사진을 걸기 전에 궁금한 주민분들은 벌써 전시장 주변을 맴돈다. 당연한 것이다. 내 삶의 추억과 현재가 어떻게 전시될지 궁금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니 말이다. 추억의 한 장면 앞에 머물며 서로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왠지 정겹다. 순간이나 여기를 떠나야 하는 아픔은 모두 잊은듯하다. 그것이 전시의 목적이기에 의도대로 잘 되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차츰 전시관 형태가 완성을 이루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만든다는 의미는 이 전시회의 충분한 의의를 다 포함하고 있는 듯해서 다른 개인전과는 또 다른 맛을 느낀다. 파란 가을 하늘을 매년 느끼지만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함께 하고자 기회를 준 '대동사람들' 문화기획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저 하늘의 구름만큼...

 

전시회는 마을 잔치 성격이 더 강하다. 마을 어무이들은 오늘 전시회장에서 먹거리를 준비한다고 정신이 없고 반면 준비하는 청년(그래도 나이가 50대 중후반이다)분들 빼고 어른들은 한가하다. 많이 익숙한 농촌의 모습이지만 그 마저 정겨운 것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보고 자란 탓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각자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일지 모른다. 여백을 찾아 아쉬운 마음에 마을을 추억하고 또다시 시작될 삶에 희망을 스스로에게 위로하는 전시회가 되었음 좋겠다. 서로 눈빛으로 '그래도 우리 잘 살았제?' 하며 토닥이는 그런 위로의 자리.

 

마을 이장님의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처럼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기에 충분한 이번 사진전이 될 듯하다. 뭐 그래도 좋다. 마을 주민분들이 다 참여하니 말이다.

 

오늘도 이 가을날 바람이 평촌마을 투쟁현장과 사진 전시관에 찾아올 것이다.